15년 전 쯤.성당 신축공사현장에서의 일이다.
시공사 상주인원 3명이 현장을 관리했고, 나는 감독관 두 분과 함께 현장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상주감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약 1년반 정도 되는 기간을 서울에서 용인까지 출퇴근을 했다. 낮에는 현장에서 공사감독 업무를, 밤에는 일부 설계변경과 다음날 작업할 내용을 점검했다. 밤늦게까지 자발적으로 업무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틀에 한 번씩 집에 들어갔었다. 
열심히 일하는게 안타까웠는지, 나이가 지긋한 감독관 두 분께서 성탄절날 금일봉을 주셨다. 나는  "감사하지만, 회사에서 급여를 받고 있고, 현장에서 별도의 금액을 받지 않고도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으니 제 의지를 존중해 주셨으면 좋겠다"라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감독관 모두가 모아서 주는 것이라 괜찮다면서 금일봉을 받길 원하셨다. 공사감독을 받는 시공사에서 주는 돈도 아니고, 발주처의 감독관들이 주는 돈이니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까지 해 주셨다. 
연세 많으신 두 감독관의 강권에 받게 된 돈은 성당에 100% 헌금을 했다. 그 날 오후 성당 사무장을 통해 헌금 을 듣게 된 감독관께서는 도대체 왜 이런거냐며 궁금해 하셨다."당연히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성당에서 좋은 일에 쓰이면 좋겠다"는 순수한 마음이었음을 설명드리자 이해하시는 듯 했다.
회사를 오픈하고, 운영하다보면 비슷한 일들이 참 많다.우리 회사는 단순히 설계업무, 감리업무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PM, CM업무까지 수행하고 있으므로 많은 분야와 관계되어 있다. 설계 단계에는 각종 자재를 선정하고, 입찰 단계에는 많은 시공사의 제안을 비교검토하고 선정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간혹 입찰을 통해 선정된 시공사에서는 공사단계의 검토비용을 핑계로 일부비용을 제안하기도 한다. 이 때에 상대방이 민망하지 않도록 정중히 거절한다. "업무수행에 필요한 정당한 비용은 발주처에서 지급받고 있고, 저희에게 제안할 비용을 공사의 품질을 올리거나, 발주처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건축설계와 감리업무, PM, CM 업무를 수행하는 20년이 넘는 동안 많은 유혹이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수 있다. 이 때 건축가 개인 혹은 회사의 신념이나 원칙이 없다면 그 유혹에 넘어갈 수 있다. 
Back to Top